"자유주의자 감수성 담은 비트코인...초심 찾길 바라"
"자유주의자 감수성 담은 비트코인...초심 찾길 바라"
  • 김민지 기자
  • 승인 2019.04.28 2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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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인터뷰 ④] '암호학 아버지' 필 짐머만(Phil Zimmermann)
'몬스터랩'과 창간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필 짐머만.
'몬스터랩'과 창간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필 짐머만.

 

"사람들을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되고 있는데, 이건 최첨단 암호 기술로만 막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다들 정말로 경각심을 가져야 해요."

'암호학의 아버지' 필 짐머만(Phil Zimmermann)이 익명성이 사라진 미래 감시사회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지난 5일 서울 장충동에서 진행된 <몬스터랩>과의 창간 인터뷰에서 "감시를 위한 기술은 고도화되고 있지만 개인 프라이버시(privacy)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이나 정책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국 같은 경우에는 안면인식 기술 등 감시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있다"며 "이런 감시 기술이 서방 세계로 역수출 될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어 "시민 개인들이, 자신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필 짐머만은 지구인들이 이메일(e-mail)을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든 인물이다. 그는 지난 1991년 이메일 암호화시스템인 PGP(Pretty Good Privacy)을 개발했으며, 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전 세계에 공유한 바 있다. 

국내에서 열린 암호화폐 행사 참석차 한국을 찾은 필 짐머만은 정작 요즘의 암호화폐 상황에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동기는 좋았지만 지금은 수천개의 암호화폐가 그저 돈을 모으기 위해 나오고 있을 뿐"이라며 "비트코인의 초기 의도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온 비트코인이 원래 취지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이어 "지금으로서는 (하고 싶더라도) 그런 단계로 나아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을 편집한 것이다.

 


- 당신은 이메일 암호화에 사용되는 PGP 프로그램을 처음 만든 사람으로 유명하지만 일반 독자들은 잘 모를수도 있을 것 같다.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안녕. 필 짐머만이라고 한다.(웃음) 나는 커리어의 많은 부분을 암호학자로 활동했다. 처음으로 연구했던 영역이 이메일을 암호화하는 방법이었고, 그래서 1990년대 초에 PGP(Pretty Good Privacy)라는 이메일 암호화 소프트웨어를 발명했다." 

- PGP는 어떤 소프트웨어인가.
"간단한 내용이다.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들끼리 연락을 주고 받을 때, 중간에서 누군가가 그 내용을 가로챌 수 없게 하는 소프트웨어다."

- 이 소프트웨어로 상당한 유명인사가 됐는데. 
"그시절 미국에서는 암호화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게 불법이었다. 나는 PGP를 전세계에 배포했기 때문에 미국 법을 어긴 셈이었고, 그래서 미국 정부가 나를 가두려 했다. 3년 정도 법정에서 싸웠고 내가 이겼다. 결국 미국 정부는 그 법을 바꾸게 됐다."

- PGP는 인터넷이 아니라 종이책의 형식으로 배포된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하다.
"처음에는 인터넷에 배포했는데 그게 중범죄 행위라, 최대한 문제가 없는 방법을 찾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그래서 광문자인식(optical character recognition)기술을 이용해서 스캔할수 있는 형태로 책을 만들었고, 그렇게 별 문제없이 전세계로 공유할 수 있었다. 

- 암호화폐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비트코인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건 언제인가.
"비교적 초창기다. 비트코인이 나오고 별로 오래 지나지 않아서 비트코인을 알게 됐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세상에 이렇게 큰 파급력을 가져다 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매우 놀랍니다."

- 비트코인에 대한 첫 감상 혹은 느낌은 어땠나.
"비트코인 류의 암호화폐에 대해 가장 놀랐던 점은 그 콘셉트 안에 자유주의자의 정치 감수성이 엿보였다는 점이다. 물론 나는 Libertarian이 아닌 libertarian이다.(덜 적극적인 자유주의자라는 의미) 전형적인 자유주의자가 아니고 프라이버시 활동가이지만 그래도 자유주의자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 철학을 가진 비트코인을 보고 놀랐다는 뜻)
화폐적인 측면에서는...나는 어떤 대안 화폐가 현재 통용되고 있는 화폐보다 더 낫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그래서 비트코인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당신은 이전에 이메일 서비스를 만들 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가치는 프라이버시라고 강조한적이 있는데. 
"그렇다. 프라이버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그다지 프라이빗 하지 않다. 왜냐하면 비트코인은 공공장부(public ledger),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그 장부를 볼 수 있고 모든 트랜잭션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그럼 암호화폐에서 가장 강조돼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안정성이다. 아울러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비판을 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호화폐가 처음 발명된 배경을 생각해봤을 때, 요즘의 암호화폐들은 상당부분 스캐머(scammer)다. 내 생각에 비트코인은 처음에는 꽤 좋은 의도로 개발됐는데, 지금의 모습은 최초의 비전과는 거리가 있다."

- 암호학이 현재의 블록체인에 많이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암호화 프로토콜들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저는 바다를 뜨겁게 하지 않는(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합의 방식(consensus algorithm)을 좀 보고싶다."

- 작업증명 합의방식(PoW)을 비판하는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분증명 방식(PoS)이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보다 내가 비판하고 싶은 점은 이 업계에 '아무도 믿지 말라' 라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부분인지 잘 모르겠다."

- 당신은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이 '프라이버시' 개념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때부터 이 분야에서 일해왔다. 수십년 전과 지금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가장 큰 차이점은 감시 기술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더 나은 암호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감시 기술이 우리 주변에 만연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하고, 일부는 정부 정책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

-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아주 발전된 감시 시스템을 통해 수백만대의 비디오 카메라가 있고, 딥러닝과 머신러닝 기능으로 이 카메라들을 관리한다. 모든 개인을 추적하기 때문에, 누가 누구와 만나서 얘기를 하고, 어떤 그룹을 형성하는지 전부 알 수 있다. 평생 수감자 생활(감시받는 생활)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울러 중국이 이런 감시 시스템을 세계의 다른 지역에도 전파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책을 수출하기 시작하면 곧 서방 민주주의 체제도 영향을 받을 것이고, 결국 선거를 통해 여러분을 평생 감시·감독하고 군림 할 정부를 선출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체제가 1000년 이상 유지될수도 있다. 이게 내가 가장 걱정하는 일이고 계속해서 상기시키려고 하는 부분이다."

- 몬스터랩 구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다면?
"여러분은 프라이버시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정보를 수집하고 전파하기 위한 기술의 발전은 매우 빠르고, 그것에 대항해서 내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는것은 상당히 어렵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점점 더 잃어버리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모두가 디스토피아로 미끄러 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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